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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선, 광, 무선

신호를 만드는 법을 배웠으니, 이제 그 신호가 달리는 길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오늘날 네트워크에서 쓰는 전송 매체는 크게 세 종류입니다. 구리선, 광섬유, 그리고 공기입니다. 셋 모두 다른 물리 법칙으로 신호를 전달합니다.

구리선 — 가장 오래된 파트너

구리선은 전자의 흐름, 즉 전기로 신호를 전달합니다. 전화기가 발명된 19세기부터 써 온 방식입니다. 오늘날 사무실과 가정에 깔린 UTP(Unshielded Twisted Pair) 케이블이 구리선입니다.

구리선 한 쌍을 꼬아 놓은 이유가 있습니다. 두 선에 반대 방향 전류가 흐르면 외부 잡음에 의한 간섭이 서로 상쇄됩니다. 꼬임이 촘촘할수록 잡음 제거 효과가 좋습니다. 구리선의 한계는 거리입니다. 100 m가 넘으면 신호가 약해져 오류가 생깁니다. 스위치나 허브를 중간에 두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광섬유 — 빛으로 달리다

광섬유는 전기 대신 빛으로 신호를 전달합니다. 유리 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느다란 실 안에서 빛이 반사를 거듭하며 전진합니다. 이를 전반사라고 합니다.

광섬유의 장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빠릅니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전달됩니다. 둘째, 멀리 갑니다. 중계 없이 수십 km를 갑니다. 해저 케이블로 대륙 사이를 잇는 것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셋째, 전자기 간섭이 없습니다. 빛은 전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변전소 옆이나 공장 안에서도 안정적입니다.

단점은 구리선보다 비싸고 연결하기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굽히는 데 제한이 있고, 절단 면을 정밀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무선 — 공기를 달리다

무선은 전자기파를 매체로 씁니다. 전선이 필요 없습니다. Wi-Fi, 블루투스, LTE, 5G가 모두 무선입니다. 공기 중에 자유롭게 퍼지는 덕분에 이동하면서도 연결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무선의 한계는 공유와 간섭입니다.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장치가 동일한 공기를 씁니다. 여러 장치가 동시에 신호를 보내면 충돌이 생깁니다. 그래서 무선에서는 누가 언제 보낼지를 조정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벽이나 장애물은 신호를 약하게 만듭니다.

매체가 다르면 쓸 수 있는 케이블 등급도 달라집니다. 다음 절에서는 집에서 흔히 쓰는 랜선과 Wi-Fi 주파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