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길을 나눠 쓰기 — 다중화
광섬유 케이블 하나로 수백만 명이 동시에 전화를 하고 인터넷을 씁니다. 케이블을 수백만 개 깔 수 없으니, 하나의 케이블을 여럿이 나눠 써야 합니다. 이 기술이 다중화(Multiplexing)입니다.
주파수 분할 다중화 — FDM
주파수 분할 다중화(FDM, Frequency Division Multiplexing)는 가장 직관적인 방식입니다. 케이블의 전체 주파수 대역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각 신호에게 서로 다른 주파수 조각을 배정합니다. 조각들이 동시에 케이블 위를 달립니다.
케이블 TV가 대표적입니다. 채널 3번은 이 주파수 대역, 채널 8번은 저 주파수 대역을 씁니다. TV는 원하는 주파수만 튜닝해서 꺼냅니다. 전화망의 ADSL도 FDM을 씁니다. 전화 통화는 낮은 주파수 대역, 인터넷 데이터는 높은 주파수 대역을 씁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쓰면서 전화도 동시에 할 수 있었습니다.
시분할 다중화 — TDM
시분할 다중화(TDM, Time Division Multiplexing)는 시간을 나눕니다. 각 신호에게 돌아가며 짧은 시간 슬롯을 배정합니다. 신호 A가 1 ms 동안 보내고, 다음 1 ms는 신호 B, 그 다음은 신호 C. 이 사이클을 빠르게 반복합니다.
전통 디지털 전화망이 TDM을 씁니다. 음성 신호를 8 kHz로 샘플링한 값을 125 마이크로초마다 돌아가며 전송합니다. 각 통화는 자기 슬롯이 올 때만 데이터를 보냅니다. 슬롯을 고정 배정하므로 지연이 일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파장 분할 다중화 — WDM
광섬유 전용 방식입니다. 빛의 색깔(파장)을 나눕니다. 붉은빛으로 A의 신호, 녹색빛으로 B의 신호, 청색빛으로 C의 신호를 동시에 보냅니다. 광섬유 한 가닥으로 수십 개의 서로 다른 파장을 동시에 실어 나릅니다. 이를 WDM(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 더 세밀하게 나누면 DWDM(Dense WDM)이라 합니다. 해저 광케이블이 대륙 간 엄청난 트래픽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DWDM 덕분입니다.
물리계층을 떠나며
신호를 만들고, 변조하고, 적합한 케이블이나 공기를 통해 전달하고, 여러 신호를 하나의 매체에 실어 보내는 것 — 이것이 물리계층이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물리계층은 비트를 실어 나를 뿐, 그 비트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비트가 무사히 도착하면, 이제 같은 네트워크 안의 이웃 기기들이 서로 대화해야 합니다. 그 이야기는 PART 03 데이터링크계층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