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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은 왜 까다로운가

케이블을 꽂으면 이야기가 단순합니다. 신호는 구리선 안을 달리고, 외부 간섭은 거의 없으며, 양쪽 끝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WiFi 공유기 옆에 전자레인지를 켜면 연결이 불안정해진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무선은 공기를 매질로 삼는 순간부터 유선이 당연하게 누리던 여러 조건을 잃습니다.

신호는 퍼지고 약해진다

유선에서 신호는 케이블 안에 갇혀 이동합니다. 무선에서 신호는 안테나를 떠나는 순간 모든 방향으로 퍼집니다. 거리가 두 배가 되면 신호 세기는 네 배 약해집니다. 이것을 자유 공간 경로 손실이라 합니다. 신호가 벽이나 천장을 통과할 때마다 추가로 감쇠가 일어납니다. 유리창 하나를 통과해도 3dB, 콘크리트 벽 하나에서는 10dB 이상 떨어집니다.

약한 신호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퍼져나간 신호는 건물 벽, 바닥, 금속 구조물에 반사되어 서로 다른 경로로 수신기에 도달합니다. 직접 도달한 신호와 반사되어 늦게 도달한 신호가 겹치면 서로 상쇄되거나 강화됩니다. 이것을 다중 경로 페이딩이라 합니다. 수신기를 몇 센티미터만 움직여도 수신 품질이 확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주파수는 공유 자원이다

케이블은 물리적으로 구별됩니다. 이 선이 내 것, 저 선이 네 것이라는 경계가 명확합니다. 전파는 그렇지 않습니다. 2.4GHz 대역을 쓰는 WiFi 기기는 주변의 모든 2.4GHz 기기와 주파수를 나눠 씁니다. 같은 채널을 쓰는 이웃 공유기, 블루투스 기기, 심지어 전자레인지까지 모두 같은 주파수 공간을 점유합니다. 전자레인지는 2.45GHz 부근에서 마그네트론이 돌아가기 때문에 2.4GHz WiFi와 주파수가 겹칩니다.

이처럼 무선 통신은 전파 자원이 공유되고, 신호가 약해지며, 경로가 예측 불가능하게 변합니다. 이 세 가지 특성이 무선 프로토콜 설계를 유선보다 훨씬 복잡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입니다.

숨은 단말 문제

무선에는 유선에 없는 특유의 난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숨은 단말 문제입니다. 노트북 A와 노트북 B가 각각 액세스 포인트(AP)에 연결되어 있다고 합시다. A와 B 사이에는 장애물이 있어 서로의 신호를 들을 수 없습니다. A는 B가 지금 전송 중인지 모르고, B도 A가 전송 중인지 모릅니다. 둘 다 AP를 향해 동시에 데이터를 보내면 충돌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충돌 지점은 AP이지 A나 B가 아닙니다. A와 B는 자신이 충돌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유선 이더넷에서 쓰던 충돌 감지 방식은 여기서 동작하지 않습니다.

다음 절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iFi가 택한 방식인 CSMA/CA를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