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
라디오 볼륨 노브를 천천히 돌려 본 적이 있다면, 소리가 매끄럽게 커지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한 칸 한 칸 계단을 오르는 게 아니라, 흐르는 물처럼 연속적으로 변합니다. 이것이 아날로그 신호의 감각입니다. 반면 디지털은 다릅니다. 0 아니면 1, 꺼짐 아니면 켜짐. 중간은 없습니다.
아날로그 신호 — 자연의 언어
아날로그 신호는 시간에 따라 연속적으로 변하는 물리량입니다. 공기의 진동인 소리, 빛의 밝기, 온도의 변화 — 자연이 만들어 내는 것들은 대부분 아날로그입니다. 수학에서는 이를 사인(sin) 곡선으로 표현합니다. 이 곡선에는 세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 진폭(Amplitude): 신호가 얼마나 강한가. 소리라면 음량에 해당합니다.
- 주파수(Frequency): 1초에 몇 번 반복하는가. Hz(헤르츠)로 측정하며, 소리라면 음높이에 해당합니다.
- 위상(Phase): 파형이 어느 위치에서 시작하는가.
라디오 방송국이 88.1 MHz, 98.7 MHz처럼 서로 다른 주파수를 씁니다. 그래야 방송이 섞이지 않습니다.
디지털 신호 — 컴퓨터의 언어
컴퓨터는 전기가 흐르거나(1) 흐르지 않거나(0)라는 두 가지 상태로 정보를 표현합니다. 디지털 신호는 이 이진 상태들이 시간 순서로 나열된 것입니다. 파형으로 그리면 계단처럼 각진 모양이 됩니다. 0과 1 사이를 즉각적으로 전환합니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보다 무조건 우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디지털에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잡음에 강하다는 것입니다. 아날로그 신호가 멀리 전달되면서 찌그러지면 원래 신호를 복원하기 어렵지만, 디지털 신호는 0인지 1인지만 판별하면 됩니다. 조금 뭉개져도 0.7이면 1로, 0.2면 0으로 판정할 수 있습니다.
변환의 경계 — 코덱
마이크에 말을 하면 공기 진동이라는 아날로그 신호가 생깁니다. 스마트폰은 이것을 초당 수만 번 샘플링해서 숫자로 바꿉니다. 이 과정을 A/D 변환이라 하고, 반대로 저장된 디지털 음악 파일을 스피커로 재생할 때는 D/A 변환이 일어납니다. 코덱(Codec)은 이 두 방향 변환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입니다.
통신 네트워크에서는 디지털 신호를 전선이나 공기라는 물리적 매체를 통해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물리적 매체는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신호의 양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 한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바로 다음 절에서 다룰 대역폭입니다.